바람결에 등선을 세운 새벽의 순례자, 힙세로스피누스 핃토니
힙세로스피누스 핃토니라는 이름은 오래된 지층 위에 낮게 울리며, 한 생명의 걸음을 지금까지 데려옵니다. 1889년 Lydekker가 얹은 이 학명은 단순한 표지가 아니라, 시간의 어둠 속에서 다시 불린 숨결처럼 들립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베리아스절에서 발랑기니아절로 넘어가던 세계, 140.2 ~ 132.9 Ma의 공기는 젖은 흙냄새와 긴 계절의 침묵을 함께 품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힙세로스피누스 핃토니는 한순간 스쳐 간 이름이 아니라, 베리아스절의 느린 파도 위를 끝내 건너는 모습입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힙세로스피누스라는 갈래가 남긴 골격의 비율과 무게중심 운용은, 움직임과 버팀 사이에서 매일 선택을 거듭하게 한 삶의 문법으로 전개됩니다. 비로소 그 몸은 과시를 위한 형태가 아니라, 거친 하루를 건너기 위해 에너지를 아끼고 리듬을 조율하던 따뜻한 결심이었을 것입니다. 힙세로스피누스 핃토니, 경쟁 대신 공존을 택한 리듬 같은 베리아스절의 하늘 아래 만텔리사루스 아테르폘덴시스와 이궈노돈 만텔리도 저마다의 길을 걸었고, Isle of Wight와 Teruel 같은 무대는 그 시간의 폭을 조용히 넓혀 줍니다. 다만 이들의 발자국은 같은 시절이되 같은 지역으로 겹쳐지지 않기에, 먹이망과 활동 시간대를 달리하며 서로의 자리를 존중해 비켜갔을 가능성이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지층이 건네는 흔적은 네 번의 화석 조각으로 남아, 힙세로스피누스 핃토니를 다 읽었다고 말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택손 번호 167442라는 작은 이름표 뒤에서 아직 많은 장면이 잠들어 있으며, 미래의 발굴은 그 여백에 새로운 숨결을 덧입히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