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를 가르는 긴 숨결, 오르니톱시스 렏시
오르니톱시스 렏시는 한 시대의 가장 낮고 깊은 호흡처럼 다가옵니다. 이 이름은 요란한 포효보다, 오래 버틴 몸의 균형으로 자신을 말해 주는 존재입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오늘의 영국 케임브리지셔 지층을 따라가면 시간은 164.7 ~ 161.2 Ma, 칼로비아절에서 옥스퍼드절로 천천히 미끄러져 갑니다. 그 땅의 바람과 흙 사이에서 오르니톱시스 렏시의 흔적은 한순간이 아니라 계절처럼 겹쳐지는 장면으로 떠오릅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오르니톱시스 계통의 몸은 골격 비율과 무게중심의 운용에서 자신만의 선택을 밀어 올린 모습입니다. 그 선택은 화려한 과시라기보다, 같은 압력 속에서도 끝내 삶을 이어 가려는 정교한 생존의 문법으로 전개됩니다. 오르니톱시스 렏시, 경쟁 대신 공존을 택한 리듬 같은 칼로비아절의 케임브리지셔에는 사르코레스테스 렏시와 케툐사리스쿠스 스테아르티도 나란히 시간을 건넜습니다. 이들은 서로를 밀어내기보다, 각기 다른 골격의 리듬과 방어 구조가 이끄는 길을 따라 자리를 나누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하여 평원은 승패의 무대가 아니라, 다른 생존 방식이 공명하던 균형의 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지금 우리 곁에 남은 것은 단 한 차례의 화석 흔적이며, 그래서 오히려 지구 역사가 아껴 둔 희귀한 증언처럼 빛납니다. 1887년 Hulke가 이름을 건넨 뒤에도, 분류 번호 56552라는 짧은 표식 너머의 생은 아직 베일 속에 머물러 있는 모습입니다. 어쩌면 다음 발굴은 이 조용한 여백을 깨우고, 오르니톱시스 렏시의 하루를 더 따뜻하고 선명하게 들려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