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끝에 남은 초식의 그림자, 파란토돈 아프리카누스
파란토돈 아프리카누스는 거대한 포효보다 긴 침묵으로 시대를 건너온 존재로 그려집니다. 비로소 그 학명은, 사라진 평원의 숨결을 오늘의 시간으로 천천히 데려옵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지층이 열리면 풍경은 베리아스절에서 발랑기니아절로 이어지는 오래된 호흡, 곧 145 ~ 136.4 Ma의 결을 따라 부드럽게 전개됩니다. 그리고 1912년 브룸의 명명은, 잊혀 가던 생명의 윤곽에 다시 온기를 얹는 장면처럼 남아 있습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그는 살아남기 위해 힘만 키우기보다, 계절과 식생의 흔들림 속에서 몸의 리듬과 이동의 간격을 조율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하여 파란토돈 계통의 선택은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오래 버티기 위한 조용하고도 정교한 문법으로 읽힙니다. 파란토돈 아프리카누스, 경쟁 대신 공존을 택한 리듬 같은 베리아스절의 하늘 아래 만텔리사루스 아테르폘덴시스와 이궈노돈 만텔리는 서로 다른 체형의 철학으로 같은 기후의 압력에 답했을 것입니다. 파란토돈 아프리카누스 또한 정면으로 다투기보다, 먹이와 동선의 리듬을 달리하며 서로의 자리를 존중해 비켜갔을 모습입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흔적은 단 한 건, 그래서 오히려 이 존재는 희박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끝까지 지켜낸 희귀한 증언으로 빛납니다. 분류 번호 56497 뒤에 남은 침묵은 비어 있는 틈이 아니라, 다음 발굴이 채워 넣을 미래의 여백입니다. 어쩌면 아직 잠든 한 조각의 지층이, 파란토돈 아프리카누스의 하루를 더 선명하게 들려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