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평원을 건너는 조용한 수호자, 엔디케라톱스 핀호르넨시스
엔디케라톱스 핀호르넨시스는 캐나다 앨버타의 오래된 지층에서, 긴 세월 끝에 낮게 숨을 고르는 존재로 떠오릅니다. 2015년 에번스와 라이언이 이 이름을 건넨 뒤에도, 그 울림은 거칠기보다 깊고 조용하게 남아 있습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캄파니아절에서 마스트리흐트절로 넘어가는 83.5 ~ 70.6 Ma, 앨버타의 평원은 젖은 흙냄새와 계절의 숨결을 길게 품고 있었을 것입니다. 바람은 낮은 식생 사이를 스치고, 지층은 느린 파도처럼 시간을 포개며 한 생명의 자리를 감쌌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숫자보다 무거운 시간의 결을 따라, 이 이름과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케라톱스의 혈통이 보여 주는 앞쪽의 단단한 체구와 머리의 장식은, 화려함보다 먼저 하루를 버티기 위한 선택으로 읽힙니다. 초식을 중심에 둔 삶에서 몸의 구조는 낮은 식생을 오래 더듬고, 낯선 위협 앞에서 거리를 확보하려는 리듬으로 다듬어졌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 형태 하나하나가, 살아남기 위해 천천히 연습한 문장처럼 전개됩니다. 켄트로사루스 아페르투스와 엔디케라톱스 핀호르넨시스가 나눈 공존의 거리 같은 캄파니아절의 앨버타에는 켄트로사우루스 아페르투스와 람베사우루스 람베도 숨을 나눴습니다. 모두 초식을 택한 이웃이었기에, 한쪽이 밀어내기보다 다른 쪽이 비켜 서며 식물 자원을 나눠 가졌을 가능성이 크게 그려집니다. 활동 구간은 겹치되 걸음의 타이밍과 머무는 층위는 달랐을 수 있고, 여전히 그 엇갈림은 고요한 긴장으로 남아 있습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 존재를 가리키는 화석 흔적이 단 한 번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은, 빈칸이 아니라 지구가 아껴 남긴 희귀한 페이지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엔디케라톱스의 하루는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 아직 덜 펼쳐진 장면으로 우리 앞에 머뭅니다. 미래의 발굴이 그 조용한 여백을 더 채운다면, 우리는 이 평원의 숨결을 한층 또렷하게 듣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