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뼈 두께 하나로 공룡 행동학의 판을 흔든 주인공은 파키케팔로사우루스(Pachycephalosaurus wyomingensis)다. 5미터 체구 위에 올린 충격 방패 이 공룡은 최대 5미터, 약 450킬로그램까지 자랐고 두 발로 달리며 무리 안의 충돌 경쟁을 버텼다. 머리 위 돔은 가장 두꺼운 구간이 20센티미터를 크게 넘겨, 단순 장식이 아니라 반복 충격을 감당하는 구조물로 작동했다. 목과 어깨 근육이 붙는 자리도 단단해 짧은 돌진 뒤 밀어붙이는 동작에 유리했다. 두개골 뒤쪽의 혹 모양 돌기까지 합치면 충격 분산 면적이 넓어져, 상대와 한 번 부딪힌 뒤 자세를 회복하는 속도도 빨랐다. 박치기 논쟁의 핵심은 정면이 아니라 각도 쟁점은 박치기를 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각도로 부딪혔느냐에 있다. 최근 연구는 완전한 정면 충돌보다 비스듬한 측면 충돌과 밀치기 행동을 중심으로 본다. 이렇게 보면 돔 표면의 미세 손상 패턴, 목뼈 정렬, 몸통 균형이 하나의 행동 세트로 맞아떨어진다. 같은 초식 공룡이어도 트리케라톱스가 뿔과 프릴로 거리를 통제했다면 파키케팔로사우루스는 짧은 가속과 머리 각도로 서열을 정리했다. 켄트로사우루스처럼 프릴을 크게 키운 각룡류와 달리 머리 전체를 충격 장치로 쓴 방식이라, 집단 내 경쟁 장면의 거리와 템포가 근본적으로 달랐다. 성장하면서 얼굴이 바뀐 공룡 어린 개체에서 성체로 갈수록 머리 장식이 급격히 변해 과거 별도 속으로 분리됐던 표본들이 한 계통으로 다시 묶였다. 이 재분류는 공룡 이름을 뼈 모양 한 장면으로 정하지 않고 성장 곡선 전체로 읽어야 한다는 기준을 남겼다. 캄파니아절에서 마스트리흐트절, 약 8350만~6600만 년 전 북미 평원에서 이 동물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도 바로 그 유연한 행동 전략에 있었다. 뼈의 두께, 보행 균형, 사회 행동이 한 덩어리로 맞물린다는 점에서 파키케팔로사우루스는 후기 백악기 초식 공룡 사회를 읽는 핵심 열쇠다.